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
18세기는 영국의 산업혁명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제임스 와트와 맽 볼턴이 버밍엄에서 증기 엔진의 완성에 다가가고 있을 무렵, 런던에서는 50세 된 한 학자가 책을 출간하기 전에 마지막 원고를 손보고 있었다. 이 원고는 아주 특별한 엔진, 즉 사상의 엔진이 나타나 인류의 부를 증대시키는 데 끊임없는 '동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원고는 '국가의 부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고찰(이하 '국부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애덤 스미스(1723~1790)이다. 그는 이 책에서 당시 영국을 휩쓸던 중상주의 경제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1621년,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먼은 '영국에서 동인도로의 무역론'을 발표하여 중상주의 이론을 정비했다. 중상주의 이론이 정립된 기간이 그리 짧았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중상주의는 '지리상의 발견' 이전 시기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중상주의 이론은 15~17세기에 유럽을 지배하던 경제이론으로 '화폐'를 부의 유일한 형태로 보았다. 따라서 모든 경제활동의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 섬나라 영국을 대영제국으로 키운 것도 바로 중상주의의 힘이었다.
중상주의 이론에서는 대외무역을 할 때 반드시 '많이 팔고 적게 산다.', '많이 벌고 적게 지출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했다. 이를 위해 국가는 적극적으로 경제에 관여했다. 가능한 많은 돈이 국내로 흘러들게 하지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은 최소한으로 유도해야 했다. 산업혁명 이전의 영국은 수입을 제한하고 수출을 장려하는 '보호무역 정책', 즉 중상주의를 펼쳤다. 크롬웰이 제정했던 '항해조례'가 바로 그 전형적인 예이다.
중상주의 경제관 덕분에 영국은 다른 유럽 열강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국내 상공업은 정부의 보호 아래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영국은 세계 최초의 산업혁명 국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껍데기를 깨야 하듯이, 거대해진 영국 경제는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정부의 보호정책을 펼쳐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상공업자들에게 국가의 보호정책은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 일쑤였고, 이에 따라 중상주의 이론은 점차 비난거리로 전락해 갔다.
이 과녁에 첫 번째 화살을 날린 사람이 바로 애덤 스미스였다. '경제학의 아버지'인 스미스는 평생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누렸다. 글래스고 대학에서 도덕철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수많은 저서를 발표했다. 사실, 그에게 처음 명성을 가져다준 책은 '국부론'이 아닌 '도덕 감정론'이었다. 하지만 이후에 발표한 '국부론'으로 인해 그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추앙받았고, 자유방임을 기초로 하는 고전경제학파의 시초가 된다.
스미스는 책 읽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책 읽는 것 말고는 재미있는 게 없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낭만적인 로맨스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채 평생 독서에만 몰두했다. 또한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 만족스러운 답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사회활동은 즐긴 듯하다. '도덕 감정론'에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아주 편안하고 유쾌하다. 이것이 내 삶의 만족과 행복을 주는, 가장 좋은 영양제이다."라고 적고 있다.
1764년, 스미스는 글래스고 대학을 떠나 프랑스의 툴루즈로 옮겨갔다. 그는 글래스고 대학에서 보낸 13년을 "성과가 가장 많았고, 그래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리고 툴루즈에서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
1776년, 경제학의 명저 '국부론'은 그렇게 탄생했다. 스미스는 이 책에서 고전 경제학의 체계를 정립했다. 이는 경제사상사의 큰 획을 긋는 대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1786년까지 수정과 보완을 계속하여 '국부론'의 제4판을 발행했다. 그 무렵, '도덕 감정론'은 제7판 인쇄에 들어갔다. 그는 자신에 대해 "난 아주 굼뜬 작가이다. 내 책에 만족하기까지 최소한 6~7번은 다시 써야 하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역사학 > 영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국]#58_19세기 산업화된 대영제국의 경제 호황 (0) | 2024.08.28 |
---|---|
[영국]#57_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0) | 2024.08.27 |
[영국]#55_중앙은행의 어머니, 잉글랜드 은행 (0) | 2024.08.24 |
[영국]#54_아이작 뉴턴과 과학혁명 두번째 이야기 (0) | 2024.08.23 |
[영국]#53_아이작 뉴턴과 과학혁명 첫번째 이야기 (0) | 2024.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