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집권 당시 소련의 국제 관계
정권을 잡은 스탈린은 곧바로 소련의 대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은 코민테른이 1943년에 해산됐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다. 코민테른의 마지막 회의는 1935년 여름에 열렸다. 그 회의에서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 하나 결정됐는데, 바로 인민전선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었다. 즉, 더 이상의 혁명을 포기하고 반파시스트를 부르짖는 민주 세력과 함께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정권을 획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의회 노선이다.
스탈린은 소련이 동서로부터 전쟁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온 힘을 다해 잠재적인 동맹국들과 협정을 맺고 그들과 함께 외부의 침략을 막으려 했다. 1934년, 소련은 국제연맹에 가입했다. 사실 그전까지 모든 공산당 지도자는 국제연맹을 제국주의의 음모이며 식민지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자본주의의 수단이라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스탈린은 계속해서 국제연맹에 가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탈린과 몰로토프는 프랑스, 영국, 체코슬로바키아가 반파시스트 협정에 조인하도록 만들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시 영국인들의 관심은 모두 국왕 에드워드 2세의 결혼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들은 누가 국왕의 아내가 될 것인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로부터의 위협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스탈린은 중국과도 손을 잡았다. 스탈린은 마오쩌둥이 소비에트의 근거지에서 했던 모든 행동과 말을 모르는 체하기로 했다. 스탈린에겐 오로지 공산당과 국민당이 손을 잡고 일본의 침략에 대항해야 한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그래야 동아시아에서 날뛰는 일본을 소련이 힘들이지 않고 저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38년, 스탈린의 외교 정책은 실패를 맛보고야 말았다. 소련은 영국과 프랑스가 자신들이 히틀러와 동맹을 맺으면 독일인의 힘을 빌려 소련을 공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1938년 9월 뮌헨협정을 맺어 독일의 체코슬로바키아 점령을 묵인했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는 독일만 아니라 헝가리, 폴란드에도 분할됐다. 이렇게 해서 서부 전선에서 독일과 일대일로 맞서게 된 소련은 독일과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는다.
그 당시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군대, 뛰어난 방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에 반면, 소련은 전쟁 준비를 하는 데만도 2~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따라서 스탈린은 독일과 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이 공동의 적이었기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는 소련의 편이 됐다. 그런데 동쪽, 즉 블라디보스토크 근처의 하산호와 몽골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로 일본인들이 몽골국과 만주국 같은 괴뢰 정권을 수립한 것이다. 소련은 힘을 아끼기 위해 일본과도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런 조약들은 그다지 실효성이 있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1941년 4월, 유고슬라비아에서 반파시스트 쿠데타가 일어나 독립과 자유를 주장하며 독일의 침략에 저항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쿠데타가 일어난 다음 날 소련은 유고슬라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에서 유고슬라비아와 우호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 거기엔 무기 제공이라는 조항도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쿠데타가 금세 진압되어 버리는 바람에 유고슬라비아를 많이 돕지는 못했다. 소련은 일본 침략에 저항한 중국에도 무기와 탄약, 식량 등을 제공한 적이 있다. 이것만 봐도 소련이 독일이나 일본과 맺은 협정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상호불가침 조약을 깬 독일의 진격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그리고 1941년 6월 22일 새벽 3시,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한 소련의 대지에 갑작스럽게 수만 개의 폭탄이 날아 들어왔고 2,000여 대의 폭격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잠자고 있던 소련인들은 비처럼 쏟아지는 폭탄 속에서 도망을 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800대가 넘는 소련 비행기가 이륙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파괴됐으며, 소련은 1주일 만에 10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잃었고, 서부 공업 기지도 빼앗겼다.
의기양양했던 히틀러는 "우리가 소련 놈들의 문턱을 밟기만 해도 낡아빠진 그 집은 무너져버리고 말 것이다!"라며 2개월 안에 소련을 모두 박살 내 버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나치가 레닌그라드를 공격한 뒤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를 손에 넣자 소련은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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