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도회사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해상에서의 약탈을 계기로 설립되었다. 1587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왕명을 받은 프랜시스 드레이크는 영국 해군을 이끌고 스페인 함대를 습격했다. 해전을 벌이던 중 그는 스페인 국왕 소속 상선인 '산 펠리페 나포했다. 바로 그 배 안에서 동인도 무역에 관한 비밀문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로 이 문건들이 1600년에 런던 상인들이 동인도 회사를 조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해 엘리자베스 여왕은 동인도회사에 특허장을 발부하여 이후 15년 동안 동방무역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1608년,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인도에 상관(주로 외국인 경영하는 규모가 큰 상점)의 설치를 추진했다. 당시에는 무력으로 억누를 여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주로 경제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인도에 침투하려 했다.
17세기에 동인도회사는 인도 무굴 제국에 사절단을 파견하여 선물과 뇌물 등을 바쳤다. 그 결과, 인도에 상관을 내고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냈을 뿐 아니라 아주 낮은 관세로 상품을 들여올 수 있게 되었다. 그 후에는 면세 특권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무굴 왕조에 공물을 바치기도 했다.
영국은 인도 현지 상인들에게 영국의 깃발 아래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자유무역의 특권을 부여했다. 이 때문에 현지 상업단체 및 고리 대부업체가 앞다투어 동인도회사 밑으로 들어왔다. 이들이 나중에 조국 인도를 영국의 식민지로 팔아넘긴 원흉이 된 셈이다.
동인도회사는 각종 세금을 면제해 주는 식으로 주위에 상점을 늘려가면서 엄청난 매판 집단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도의 소규모 수공업자들을 광범위하게 착취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촌락을 세내어 상점을 세우는 방식으로 토지를 획득한 다음, 외관을 웅장하게 꾸민다는 구실로 상점들을 보루로 만들어 갔다.
1609년에 동인도회사는 '화폐주조, 축성과 양병, 맹약 체결, 선전과 강화, 형사, 민사 안건의 심사 처리 5개 조항의 특권을 얻어냈다. 이후 동인도회사의 본부는 인도 서부 해안에서 방글라데시로 이전했다. 이 시기에 영국은 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1765년, 동인도회사는 방글라데시, 비하르, 오리사의 세금 징수권을 획득했다. 또한 직접적으로는 재정권과 군대 통솔권을, 간접적으로는 행정권까지 장악하게 되었다. 이렇게 100여 년의 잠식을 거쳐 동인도회사는 사실상 동인도 정부와 영국을 연결하는 식민 지배 기관으로 군림했다.
영국 동인도회사의 설립부터 인도에서의 통치권을 획득하게 되는 시기(1757년)까지를 '초기 식민 약탈사'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인도의 중세 말엽에 해당하지만, 시대적 성격은 식민 통치 초창기라고 할 수 있다. 1702년부터 1813년까지 동인도회사는 무역 혹은 직접적인 수탈을 통해 동인도를 착취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중엽, 동인도회사 전체 수입의 3분의 2는 토지세 징수로 채워졌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에는 산업자본이 인도로 흘러들어 영국 공산품을 인도 각지로 팔아넘겼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은 18세기말에서 19세기 초엽까지 빠른 속도로 인도에서 영토를 확장해 갔다. 1818년까지 펀자브와 신드를 제외한 모든 인도 대륙이 영국의 수중에 들어가 인도는 영국의 속국이 되고 말았다.
1818년 이후, 식민 통치는 견고한 정치체제로 유지되었다. 이 시기에는 영국과 인도를 합병하자는 목소리도 고조되었다. 하지만 이 합병 주장으로 인해 인도에서는 1857년에 세포이 항쟁 같은 거국적인 봉기가 일어나게 되었다.
대규모 봉기가 평정된 후에는 동인도회사의 인도 통치는 막을 내리게 된다. 1858년, 빅토리아 여왕이 '인도 통치법'을 발효하여 영국 정부가 직접 인도를 통치한다는 조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해적질을 계기로 출발하여 사기와 국제적 매점매석을 통해 성장했고, 식민지 착취로 그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결국 인도인들의 열화 같은 민족 봉기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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