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의 등장,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하다
부와 명예를 갈구하던 대부분의 영국인은 모두 신기술과 신발명에 대해 열광적인 숭배에 빠져들었다. 당시 영국의 한 간행물에서는 "산업 기술의 발전은 전쟁이나 외교보다 더 큰 실리를 가져다준다. 이는 교회나 대학의 기능을 넘어서며, 추상적인 철학과 문학보다 더 크게 사회에 기여한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 법률보다 앞서는 것이 바로 기술의 발전이다."라고 논평했다.
전 국민이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당시, 영국에 신흥계층이 등장했다. 이들은 기술과 발명에 가장 밀접하고 가장 열성적인 사람들이었다. 당시 '공장주'라고 불리던 이들 신흥계층은 오늘날에는 '기업가'라고 불린다.
1773년의 파산으로 절망에 빠진 와트를 구해준 이가 바로 매튜 볼턴이라는 공장주였다. 그는 1762년에 자기 고향인 버밍엄 근처에 현대화된 대규모 공장을 설립했다. 공장에는 수십 대의 기계가 설치되었고, 기계를 조작하는 노동자만도 1,000명에 달했다. 그는 금속기계와 망원경 등 당시에 최고로 유행하던 수십 종의 공산품들을 생산해 내기도 했다.
아버지로부터 기계설비 사업을 물려받아 이를 더 발전시킨 볼턴은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데 집중했다. 초창기의 공장주와 볼턴 일가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창업 경로를 갖고 있었다. 이들은 근면과 성실을 무기로 새로운 세계에 뛰어든 모험가였다. 이때부터 영국인들은 이들이 창조해 낸 생산 라인을 '인더스트리(industry)'라는 말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영어에서는 '산업'과 '근면'을 같은 단어로 쓰고 있다.
볼턴은 성실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상인에게 부족한 두 가지 미덕을 갖고 있었다. 즉, 창조 정신과 탁월한 판단력이었다. 그는 와트가 발명한 기계가 세상을 바꿀 것임을 가장 처음 알아차린 인물이었다. 심지어 와트 자신도 당시에는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후에 볼턴이 와트와 손을 잡고 최초의 와트 증기기관을 제작할 때 영국 국왕이 그의 공장을 친히 방문했다. 국왕이 무엇이 그리 바쁜지를 묻자 볼턴은 "전하, 전 지금 전하의 꿈을 이뤄드릴 상품을 만드느라 이렇게 바쁜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국왕이 다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볼턴이 대답했다. "힘입니다. 전하."
선견지명이 있었던 볼턴은 당시 생활고에 빠진 와트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서신을 띄웠다. "난 새로운 엔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겠소. 우리는 전 세계에 다양한 규격의 엔진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당신의 발명품을 부담 없이 전 세계에 소개해 줄 든든한 지원자가 아니겠소."
와트의 마음속 깊이 남아 있던 발명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고자 했던 볼턴은 와트에게 기관 제작에 필요한 모든 실험기구와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또 새로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생기는 수익의 절반을 와트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옛집을 와트 가족에게 내주기까지 했다. 결국 볼턴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와트는 볼턴의 공장에서 증기엔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782년, 마침내 피스톤이 동시에 밀고 당기는 연동식 증기기관이 탄생했다. 후세 사람들은 이 고효율 증기기관을 산업혁명의 효시로 보고 와트를 '산업혁명의 아버지'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사람은 증기기관의 발명가가 제임스 와트라고 알고 있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다. 현대적 의의를 지닌 증기기관의 발명가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다. 증기를 이용해 기계를 가동하겠다는 구상은 와트 이전에도 수없이 시도되어 왔다.
와트가 태어나기도 전인 1712년, 토머스 뉴커먼이라는 기술자가 최초의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하지만 이 증기기관은 크고 무거웠으며 소모되는 석탄의 양도 너무 많아 실용화하기 어려웠다. 탄광 소유주나 되어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다.
1790년까지 구식 뉴커먼 기관은 신식 와트 기관으로 대체되었다. 와트의 만능 증기기관은 성능이 탁월했기 때문에 모든 동력기기의 '원동기'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전의 인력, 축력, 수력 등의 수단이 모두 증기 동력으로 대체되었다. 이제 하천 주변이 아닌 곳에도 공장을 세울 수 있게 되었고, 대량생산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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