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아시아 진출, 마카오를 넘어 나가사키로
15세기까지 중국은 포르투갈에겐 여전히 신비의 나라였다. 그전까지는 주로 실크로드를 통해 무역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르투갈 국왕은 실크로드를 대신할 해상 항로를 개척해 중국의 상품을 리스본으로 운송할 계획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말라카는 바로 중국 무역을 위한 주요 거점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포르투갈 정부가 세케이라를 파견해 말라카를 공격하러 갔을 때 말라카의 술탄은 급히 명나라 황제에게 구원을 요청했으나, 명나라 무종은 술탄의 요청을 묵살하고 오히려 그를 질책하는 칙서를 보냈을 뿐이다.
16세기 중엽 포르투갈은 고리를 말린다는 핑계로 중국 마카오에 정식으로 장기 체류하기 시작했다. 또 일본 나가사키에 무역 상관을 세움으로써 포르투갈은 나가사키, 마카오에서 말라카와 인도를 지나는 아시아의 거의 모든 해상을 장악하고 동방과 서방에서 강력한 세력을 떨쳤다.
포르투갈은 인도양에서 통행 증명제를 실시했다. 인도양을 지나는 모든 선박은 반드시 포르투갈 해관이 발행한 통행증이 있어야 인도양 항로를 통과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은 이렇게 향신료 무역을 독점했고, 여기에 강력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점차 안정적인 항로를 운영했다. 포르투갈이 아시아에서 점령한 영토는 미미했지만, 그 전략적 위치로 볼 때 그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절반 이상의 무역 항로를 지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동서양 무역은 본래 부분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이 시기에 이르러 큰 변화를 맞이했다. 1490년대 베니스 상인들이 매년 수입하는 향료는 평균 300만 파운드에 달했다. 하지만 10년 후에는 겨우 100만 파운드를 수입하는 데 그쳤다. 반면 포르투갈의 향료 수입은 1501년 22만 파운드에서 1503~1506년에는 230만 파운드까지 증가했다.
영토 확장의 최종 목표
포르투갈이 해외 영토 확장에 온 힘을 다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적 부분이었다. 포르투갈의 경제는 기본적으로 농업과 어업에 치중돼 있었다. 서쪽은 긴 해안선이고 동쪽은 이웃 국가 스페인과 오랫동안 국경을 맞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어민들에게 더 넓은 바다로 나가 더 많은 고기를 잡고 해상 무역의 규모를 확장하도록 장려했다. 포르투갈은 해외 영토 확장 이전에도 이미 북유럽, 지중해 국가와 활발한 무역 거래를 하고 있었다.
포르투갈의 해외 영토 확장은 1414년 북아프리카 세우타를 무력 점거한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계속해서 마데이라, 포르토산토, 아조레스, 카나리아 등 대서양의 여러 군도를 발견했다. 포르투갈은 마데이라와 아조레스 군도를 점령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포르투갈령 섬들을 늘려갔다.
이즈음 포르투갈은 카나리아 제도의 소유 문제로 카스티야와 오랫동안 대립했으나, 카나리아 제도는 결국 카스티야에 넘어갔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계속해서 보자도르곶, 베르데 제도 등 서아프리카 일대 영토를 점령해 나갔고, 그 후 기니만, 상투메프린시페와 아프리카 남부 해안 앙고라까지 진출했다.
15세기 말 디아스가 아프리카 최남단을 경유해 인도양에 도착하면서 본격적인 아시아 탐험이 시작되었다. 1500년 페드로 다 카브랄이 브라질을 발견함으로써 포르투갈의 해외 영토 확장 사업은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그러나 16세기 초 포르투갈은 아직 인구 120만의 작은 나라였다. 만약 포르투갈의 해외 영토 확장의 최종 목표가 영토 획득이었다면 이후에도 무역이 아닌 영토 점령이 계속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인도에 간 이유는 후추와 향료를 얻기 위함이었고, 비단과 황금을 사기 위해서 중국으로 갔으며, 은을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간 것이었다. 결국 이들 상품은 포르투갈인들의 영토 확장을 촉진했고, 훗날 포르투갈 제국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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